내일의 입금
해고된 밤, 아직 오지 않은 돈이 찍혔다.
4분 · 현대 판타지 · 오피스 복수극

서준호는 해고 통지서와 종이 상자 하나를 들고 메리트페이 본사 로비를 나왔다. 회사는 구조조정이라고 했지만, 준호는 자신이 발견한 숫자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.
퇴직금은 보류됐고 통장 잔고는 8,420원이었다. 막차를 기다리며 은행 앱을 연 순간, 처음 보는 탭이 화면 아래에 생겼다.
준호
천팔백칠십만 원? 들어올 돈이 없는데.
예정 내역에는 입금자 대신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. “책상 아래 세 번째 나사를 풀 것.”
이미 출입증은 정지됐다. 하지만 준호의 종이 상자에는 회사에서 가져온 낡은 키보드가 있었다. 바닥의 세 번째 나사 안쪽에서 작은 메모리 카드가 떨어졌다.
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. 메리트페이를 취재하던 기자 차서린이었다.
서린
서준호 씨, 회사가 당신 이름으로 허위 합의금을 보냈어요. 내일 아홉 시에.
준호
그 금액이 천팔백칠십만 원입니까?
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. 대신 그 숫자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.
준호는 메모리 카드를 어떻게 할까?
NEXT SIGNAL
자정이 되자 내일의 잔고가 바뀌었다. 18,708,420원에서 0원으로. 그리고 메모 한 줄이 추가됐다. “기자에게 말하면 입금은 취소된다.”